프랑스인사이트/Emily in Paris review

'Emily in Paris' Review (5) - 그들만의 룰, 에밀리 in REAL 파리

lonymoments 2021. 9. 24. 01:39

이 글은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1, 에피소드 2와 3에서 레스토랑, 회사 그리고 에밀리 집이 나오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아직 에피소드 2, 3을 보지 않은 분들은 참고하세요.

 

'Emily in Paris' Review (5) - 그들만의 룰, 에밀리 in REAL 파리

에밀리가 친구 Mindy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다. 에밀리는 소고기 스테이크가 레어로 나온 것을 보고 웨이터에게 조금 더 구워달라고 요청한다. 그 모습을 본 Mindy는 사뭇 당황한 눈치이다. 그런 그녀에게 자신의 음식을 권하는 Mindy.

그러자 에밀리는 "No. Come on. The customer's always right." (손님이 왕이지.) 라며, 자신의 요청을 철회하지 않는다. 그녀의 말에 Mindy는 "See, no, here the customer's never right." (아니, 여기는 손님이 왕이 아니야.)라고 한다. 나는 이 장면을 보고 에밀리의 진짜 파리생활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했다.

[영어 해석은 제가 의역했습니다. 혹시 더 나은 해석을 해주실 분은 덧글로 남겨주세요.]

 

See, no, here the customer's never right."

당신은 어쩌면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웨이터의 차가운 태도에 당황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시선에서 이 문제는 웨이터의 태도에 대해 도덕적 기준을 내세우며 초점을 맞추기 쉽다.

그러나 이 웨이터에게 에밀리는 고객중 한 명이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는 단지 자신의 일을 할 뿐이다. 여기서 에밀리는 그에게 그 이상의 '고객 서비스'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고객 서비스는 웨이터가 에밀리의 식사를 조금 더 익혀주는 것과는 상관이 없다. 그는 당연히 요리사에게 고기를 조금 더 익혀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그러나, 에밀리가 기대하는 '고객이 왕'인 서비스는 이곳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고객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반응할 것이다. 에밀리의 기대를 채워줄지 아닐지 여부는 온전히 웨이터에게 달려있다. 이것이 내가 프랑스에서 마주친 서비스업종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이는 면모이다. 


"I'll never learn the language or understand anything here."

에밀리는 프랑스어 왕초보이다. 

다행이도 에밀리의 동료들이 영어를 잘 구사한다. 에밀리는 어학원에서 프랑스어를 배우면서 점점 프랑스어 문법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그녀는 여성의 질이라는 단어에 왜 남성 관사가 붇는 것 인지 의문을 던진다. 그러자 그녀의 직상상사는 아메리칸 시리즈에나 나올법한 꾸러기 미소와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처를 보이며 "Maybe it's because it's something a woman owns and a man possesses." (여자가 지니고 남자가 소유하기 때문일지도) 라고 대답한다.

'Merci' (고마워) 와 'Bonne journée' (좋은 하루) 정도만 구사할 줄 알던 에밀리가 프랑스어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그녀의 대부분에 질문에 저런 식의 답변을 일삼던 그녀의 동료들. 늘 긍정적이며 밝은 모습으로 일관하던 에밀리도 슬슬 지치기 시작한다.

"I'll never learn the language or understand anything here." (언어를 아예 안 배우거나 여기서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거나.) 알면 알 수록 이해하기 힘든 이들만의 문화에 답답함을 표하는 에밀리. 에밀리의 이런 반응은 지극히 정상이다. 이것은 파리에 도착한 외국인 누구나 한 번쯤 겪는, 단지 시작에 불과한 '답답함을 호소하는' 단계이다.


프랑스에서 문화차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에밀리. 설상가상으로 그녀의 집 샤워부스가 단수가 된다. 그 사실을 알리러 내려간 0층 로비에서 만난 '에밀리가 여러 번 집 층수를 헷갈린 덕분에 알게 된', 이웃남. 그는 이곳이 약 500년된 배관을 쓰고 있다는 이 놀라운 사실을 말한다.

당신은 프랑스 파리의 빈티지한 건축물을 사랑하는가? 그 건물 내부에는 녹슬고 낡아빠진 고대시대 유물이 잠들어있다고! 나는 덕분에 수돗물을 틀면 수도관 녹슨 물이 함께 나오는 노란빛의 물을 보며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에밀리의 샤워부스를 고치러 온 배관공은 난대없이 일을 하다 말고 점심을 먹는다.

손님과 브런치를 먹는 배관공. 프랑스에서는 너도 나도 이웃인거야?

마치 에밀리 집에 놀러 온 친구처럼 이웃남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브런치를 즐기는 배관공. 나는 에밀리, 파리에 가다가 한창 이슈였을 때, 주변에서 이 일화와 관련된 질문을 종종 받았다.

'프랑스에선 일을 하러 온 배관공이 일을 하다 말고 그냥 간단 말이야? 게다가 손님 집에서 브런치도 먹는다고?'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절대 아니야'라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온전히 경우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손님과 배관공이 이전에 종종 왕래해서 안면이 있거나, 혹은 손님과 배관공의 개인적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브런치까진 아니어도 집에 있는 빵 몇 조각 함께 먹으며 식탁에 앉아 대화를 나누다가 갈 수 있다. 게다가 이곳에선 모든 일에 처리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것은 단연 배관 수리뿐만이 아니다. 이곳의 경험은 인내의 힘을 키우게 해준다.

 

Depending

에밀리가 샤워부스 수리에 대해 묻자 그녀의 이웃이 "Depending" (상황에 따라 달라)라고 답한다.

프랑스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서 애증 하는 표현이 하나 있다. 바로  'Ça dépend' = 'Depending' (경우에 따라 다르다.)

에밀리의 저 혼이 나간 표정은 문제 앞에 직면한 외국인이 Depending이라는 대답을 들을 때 종종 나오는 표정이다. 이것은 어이가 없어서 화조차 나지 않는 단계이다.

 

프랑스 정착 초기 외국인의 심적 변화를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의아함' - '호소'  - '분노' - '어이상실'. 에밀리는 지금 그 4단계 '어이상실'에 와있다.

 

에밀리는 지금 진짜 파리에 와 있다.


현재 Emily in Paris Season 1 정주행 중입니다. 에밀리 인 파리와 관련된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댓글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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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Source :

Netflix Emily in Paris Season 1